서양화가 소촌 이지휘
1995년 작업일기에서 장광덕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.
살얼음 조각같은 날개로 나비는 대양을 건너간다.
... 한 줌의 흙 속에서 세상을 보고
별빛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그리워하며
또 다른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본다.
내가 처음 만난 장광덕은 힘이 넘치는 20대의 호랑나비의 모습이었으며 이 꽃에서 저꽃으로 꿀을 찾아 다니던 시기였다. 지금도 기억에 남는 그의 졸업작품은 어두운 땅 속에서 꿈틀거리며 변신하려는 번데기들의 춤으로 기억된다. 그리고 멀리 날아간 그를 만난 것은 그가 불혹의 나이가 될 때까지 고등학교의 미술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부단히 작업을 계속한 흔적을 찾을 수가 있었다.
번데기에서 나비로, 땅에서 하늘로,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노랑나비, 흰나비... 호랑나비, 불나비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때 다시 저곳에서 이 곳으로, 나비에서 알로,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오는 자연의 이치와 생명의 질서 안에서 그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. 지금도 장광덕은 그의 이름과 같이 자유의 날개를 펴 저 곳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을 찾아 열심히 날아가고 있다.
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나비의 꿈은 이 가을이 끝나고 긴 겨울 밤을 지나 새 봄이 오면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기대가 클 뿐이다.
1998. 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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